​​ 경주 어디까지 가봤니? - 경주 답사를 얼마나 다녔는지 확인하는 단계적 질문 다섯 개 ~ :: 대한민국 나그네의 여행, 맛집, 답사이야기


 # 경주 어디까지 가봤니? - 경주 답사를 얼마나 다녔는지 확인하는 단계적 질문 다섯 




토함산 일출



내 영원한 화두 경주,, 


나는 뼛속까지 서울 사람이지만, 경주에는 특별한 감정이 있는 사람이다. 


어릴 적 인연부터,  학창 시절 공부와 학문의 대상으로, 지금 장기적인 전국 투어를 시작하며 처음으로 정착한 동네로서, 아무리 돌아다녀도 또 가볼 곳이 있는 기가 막힌 여행지로서 경주를 사랑한다. 


그러나 천년 역사와 문화의 무게, 그 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역사 속 사람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 그 무게를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벅차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경주를 충분히 보았다거나 잘 안다고 자부하지는 못한다. 꽤 알지만 아직 멀었다. 

이제 정말 많이 보았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또 못 가 보았던 곳들을 알게 되고, 다시금 나를 낮추게 만든다. 


... 신라사를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고, 신라 역사에 관해서는 현재 최고의 권위자 중 한명이며, 얼마전 국정교과서 편찬의 반대에 앞장섰던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인 하일식 선생은 "경주역사기행"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던 분인데, 과거 이분이 나에게 한 얘기가 있었다.

 

"경주에 대해서는 아직 1/2도 다녀보지 못했다."


이분이 경주역사기행 이라는 책을 쓰기 직전에 논문 한 편 준비한다고 나와 경주를 돌아다니면서 했던 말이다. 내가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에는 좀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 그 의미를 최소한 이해하고는 있다. 


그런데, 경주를 잘 안다거나 많이 다녀봤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을 좀 보았다. 진짜일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마다 과연 경주를 얼마나 잘 알고 계신가, 혹시 문고리를 잡았을 뿐인데 방 내부를 다 들여다본 사람처럼 섣불리 호언장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지만, 내 잘못된 생각일 수도 있고 자칫하면 실례가 될 수 있어 직접 대놓고 확인하지는 않았다. 

사실 경주를 정말 많이 다녀본 분들은 자기가 경주를 잘 안다고 자부하지 않는다. 나와 비슷한 심정이리라. 

또, 많이 가보았다고 과연 깊이있게 들여다봤느냐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이다. 


그래서 질문지를 만들었다. 과연 어느 정도 경주에 애정을 갖고 있고 경주 답사를 많이 다녔는지 확인하는 질문. (많이 다녀봤느냐 의 기준이지 제대로 봤느냐의 기준은 아니다.)  


이 질문은 경주 답사를 좀 다녀봤다고 하는 분들에게 하는 질문이다. 단계적으로 다섯 개인데, 다섯 개 질문에 모두 "예스"라고 응답한다면, 적어도 나는 그를 인정한다.  



첫째, 금곡사지에 가보셨나요? 그리고 원광법사 부도(승탑)를 보셨나요? 


(이 질문은 경주 시내와 주변부 뿐 아니라 외곽인 안강의 유적들을 가보고 샅샅이 보았는지 확인하는 질문이다. 원광법사 부도는 실제 원광법사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긴 하다)




둘째, 남산 열암곡 마애불 가보셨나요? 침식곡 석불좌상도 같이 돌아보셨나요? 


(이 질문은 경주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가 하는 질문. 열암곡 마애불은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유적이다. 그래도 주차장까지 있고 입구에 표지판도 있다. 침식곡 석불좌상까지 갔어야 인정)




세째, 소금강산 동천동 마애삼존불좌상에 가보셨나요? 


(이 질문은 소금강산 하면 굴불사지 사면석불과 백률사 정도까지는 가지만, 그 산 너머 마애불의 존재를 알고 거기까지 갔느냐 하는 확인 질문이다. 얼마나 구석구석 갔느냐 하는 질문)


(사진 생략.  내가 찍은 사진이 워낙 형편 없어서)


네째, 남산 지암골 제2사지 삼층석탑에 가보셨나요? 


(이 질문은 남산 지암골의 존재를 알고, 제3사지 삼층석탑을 기본적으로 가본 위에 제2사지 삼층석탑도 가보았는지를 묻는 질문. 지암골 제2사지 삼층석탑은 남산 지도나 입구 안내판, 산길 안내판에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진입하는 길은 확인할 수 있다. 혹시 제 3사지 삼층석탑을 이걸로 오해하지 말길)




다섯째, 남산 석가사지와 불무사지를 가보셨나요? 


(이 질문은 문화재 정비가 되어있지 않은 유적지도 가보았는가 하는 질문이다. 진입로도 확인할 수 없는 곳이다. 길도 보이지 않는 곳을 헤매야 한다. 나도 두 번 들어가려고 시도하다 실패한 곳)



이 다섯 가지 질문을 모두 통과하여 "예스!"라고 한다면 나보다 많이 다니신 분이며, 훌륭한 답사 전문가라고 인정한다.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진짜 전문가들도 인정할 만한 질문이라고 믿는다. 


모두 예스라고 대답하는 숨은 고수분이 있기를 바란다. 


이외에 천동탑, 기암골 삼층석탑도 가보았다고 한다면 최고로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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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하일식 교수 왈, 

"남동신이는 경주에 와서 시내를 거닐면 그 당시 신라 서라벌의 풍경이 머리속에 그려진대. 아, 여기는, 아, 여기는, 하면서 상상이 된다고 하대. 참 부러운 일이야."


하일식 교수가 부럽다고 언급한 그 남동신은 신라 불교를 전공한 뛰어난 학자로서, 현재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교수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고수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난 아직도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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