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고기와 대한민국 3대 불고기 (1) - 불고기의 유래, 서울식 불고기 :: 대한민국 나그네의 여행, 맛집, 답사이야기

@ 불고기 - 손끝에서 나오는 달달한 세계의 맛

 




빈곤시대에 탄생하여 대표 먹거리가 되다


  절대 빈곤의 1940년대~1950년대, 쌀과 육고기를 향한 한국인들의 동경은 요즘처럼 손만 뻗으면 손 닿는 곳'에 밥과 고기가 있는 이 시대에는 상상도 못할 정도였다. 더구나 육고기의 경우 조선시대 내내 쇠고기 육식이 금지되었던 상황에서 일반 서민들은 일부 상류층 사람들만 쇠고기를 즐기는 상황을 목격하였고, 이것이 평등 시대에도 상류층의 음식으로 인식되며 음식 자체가 계층화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하였다. 바로 이때 탄생한 것이 불고기이다

  지금이야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한국의 대표 맛이지만, 먹거리가 다양해진 요즘 오히려 우리 소비자들에게는 이른바 생고기에 밀려 우선순위가 처져 있다. 그래도 불고기의 생존력은 한국인의 기질처럼 꿋꿋하다. 아직도 불고기 명가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다양한 얼굴로 세계화하다


  불고기의 직접적인 탄생은 해방 이후 서울과 서울 외곽에서 등장한 1세대 고기집들로 보아야 할 것 같다. 물론 우리 고유의 음식임을 강조하기 위하여 최남선의 고사통에 나오는 옛 부여와 고구려인이 즐긴 맥적(貊炙)”에 주목하고 이것이 불고기의 뿌리임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불에 구워 먹는 고기구이라는 넓은 의미의 불고기라면 모를까, 오늘날의 불고기에 직접 연결시키기는 좀 어렵다.


  하지만 쇠고기를 불에 구워 먹는 우리의 전통이 꽤 오래 전부터 내려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조선 후기 동국세시기서울 풍속에 화로에 숯불을 피워 놓고 번철에 쇠고기를 구우며 화롯가에 둘러 앉아 먹는다."라는 구절이 있는 데다 산림경제에는 쇠고기를 썰어 대나무 꼬챙이에 꿴 다음 양념을 하여 숯불에 굽는다는 내용도 있다. 과거보다 경제적, 문화적으로 풍성해진 조선 후기에는 쇠고기를 요리해 먹는 풍습이 꽤 퍼져 있었던 듯하다.


  일제 강점기를 거친 1940~1950년대 본격적인 고기집이 서울에 등장하였다. 당시의 시내와 시 외곽에 포진했던 고기집들은 양념에 재운 쇠고기 구이(불고기)를 상업적으로 팔기 시작했고, 이것이 쇠고기에 목말랐던 당시 사람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게 하였다. 이 쇠고기구이가 대중들에게 인정받으면서 쇠고기구이 하면 불고기를 가리키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1960년대 본격적인 경제 성장기를 거치며 지역별로 독특한 불고기들이 등장, 양념한 국물에 밥을 비벼 먹을 수 있는 서울식 불고기, 생고기에 살짝 양념을 하여 석쇠에 굽는 광양불고기, 여러 부위의 고기를 섞고 다져 두툼하게 만든 다음 석쇠에 올려 굽는 언양불고기 등으로 발전하였다. 요즘은 체인망을 갖춘 대형 프랜차이즈도 등장한 데다 인터넷을 통해 불고기를 포장 판매하는 곳도 생겨났다. 한편, 일본에 건너간 우리 교포들은 쇠고기를 구워 먹지 않는일본에 쇠고기구이 음식점을 차려 일본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일본식 불고기인 야키니쿠(燒肉)”를 탄생시켰다. 이 야키니쿠가 오히려 일본에 의해 세계화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부위별로 싱싱한 생고기를 구워 먹는 생고기구이(흔히 숯불에 구워 먹기 때문에 숯불구이라고 부른다)가 유행하는 오늘날, 불고기는 가정에서도, 음식점에서도 옛날의 지위를 잃은 느낌이다. 하지만 불고기는 여전히 맛있다. 쇠고기를 부위별로 잘라 낸 다음 간장 양념에 재웠다가 구워 먹는 전통의 그 맛은 단맛을 좋아하는 인간의 혀가 변하지 않는 한 여전히 유효하다. 부드러운 고기를 씹으면서 입안에 차오르는 달착지근한 양념의 맛, 고기의 원산지나 부위가 언론과 방송의 도마에 자주 오르는 요즘, 차라리 재료보다 양념에 주목하여 우리 전통의 옛맛인 불고기를 즐기러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60여 년을 지켜온 서울식 불고기의 맛, 옥돌집


  1948년 미아리고개 너머 지금의 길음동에 문을 연 옥돌집. 당시에는 시골 정취인 논밭이 펼쳐지고 집들이 거의 없는 동네에 이 집이 들어섰다. 의정부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간선도로 길가에 있었다지만 주변 풍경은 완연한 시골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서울 근교의 경치 좋고 분위기 좋은 카페나 음식점과 같은 입지였을 것이다.

 

  시내에 들어선 몇몇 불고기집과 함께 초기 불고기집의 역사라 할 수 있는 옥돌집은 약간의 이동이 있었지만, 현재 여전히 미아리고개 너머 길음동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른 유명 불고기집들이 지점을 만들거나 강남 일대로 진출하는 등 규모를 확장해 갈 때 이 집은 조용히 3대를 이어오며 동네의 맛집으로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켜왔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양념의 배합이나 내부 인테리어는 조금씩 달라졌지만, 서울식 불고기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식 불고기의 본래 맛을 보고 싶다면 한번쯤 찾아가 볼 만하다. 게다가 재료가 육우냐 한우냐에 따라 가격을 달리 받고 있어 주머니 사정에 따라 선택의 폭이 있으니 서민들이 즐기기에도 좋다.


  옥돌집에 들어서면 일단 외관에서부터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벽에 타일을 붙인 2층 건물에 내부 인테리어도 20~30년 전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시간을 뛰어넘어 맛있는 김치와 깔끔한 반찬이 식탁을 메우면 메인 요리 불고기가 나온다. 가운데가 불룩한 둥근 화로의 경사면에 양념한-양념은 간장을 기본으로 하고 꿀과 과일즙을 넣어 고급스러운 단맛을 냈다고 한다- 불고기를 올려놓고 먹는 서울식 불고기 그대로이다. 고기를 집어먹고 나면 바닥에 깔리는 국물에 밥을 비벼먹는 것도 그렇다. 고기 맛 자체는 담백하고 씹는 맛이 있지만, 국물은 달착지근하여 밥 비벼 먹기 좋다


  갈수록 고급화하고 세련되어가는 다른 불고기집들을 뒤로 하고 시간을 거꾸로 돌려 전통의 불고기 맛을 보고 싶다면 불현듯 생각나서 찾아가는 집이다. 메뉴에서도 전통 불고기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으니 역사와 맛에 대한 자부심도 살짝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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