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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여행, 답사 이야기/경주 문화유산 답사, 여행

이견대 - 신라 신문왕이 용을 만난 곳


  # 이견대 - 신라 신문왕이 용을 만난 곳 




이견대에서 바라본 대왕암



 신라 신문왕 2(682), 동해안으로 향하는 신문왕의 가슴은 크게 벅차올랐다.

전쟁이 마무리된 이후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체제 정비가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왕권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호재가 생겼기 때문이다.

  며칠 전 신문왕은 동해 바다에서 작은 산이 감은사를 향하여 오락가락한다는 보고를 받고 일관(당시의 무당)에게 점을 치게 하였다. 그랬더니 일관은 문무왕과 김유신이 큰 보배를 내려주려 하니 빨리 바닷가에 가서 보물을 얻으라는 계시를 전하였다. 이에 서둘러 길을 재촉한 것이다.

 

  이때 신문왕이 바다에 이른 곳이 이견대(사적 제159)였다. 왕은 이견대에서 믿을 수 없는 자연 현상을 목격하는데,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산 위 한 줄기 대나무가 낮에는 둘이 되고 밤에는 하나가 되었다.

이 대가 하나가 되면서 천지가 진동하고 폭풍우가 일어나 어두웠다가 7일 만에 조용해졌다

물결이 완전히 잔잔해진 후에 드디어 왕이 산에 올라가니 용이 한 마리 나타나서 성왕(聖王)이 소리로써 천하를 다스릴 징조이니 이 대를 취하여 피리를 만들어 불면 천하가 화평할 것입니다. 지금 왕의 부왕께서 바다의 용이 되고 김유신이 천신이 되었는데, 두 분이 한마음으로 이 보배를 만들어내어 내게 갖다 바치게 한 것입니다.” 라고 말하고 사라졌다.

 

  희귀한 자연 현상으로 왕의 시선을 끌어 왕이 직접 오도록 한 다음 보배를 준다는 내용이었다. 용(dragon)이 사람을 만나 주다니! 

왕이 기뻐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후 왕은 궁궐로 돌아와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게 하고 천존고(天尊庫)에 보관했는데, 피리를 불면 적군이 물러가고 전염병이 멈추었으며, 가뭄에는 비가 내리고 비올 때는 비가 개었으며, 바람이 가라앉고 물결이 평온해졌다. 그래서 이 피리를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고 불렀고, 성스러운 신물이자 나라의 보물로 간직하였다...

 

  이 설화는 왕에 즉위한 지 얼마 안 된 신문왕이 삼국통일을 달성한 부왕과 김유신의 권위를 빌어 왕권을 다지고 왕위 계승의 정통성을 확보하고자 한 의도가 보인다. 이는 당시 신라인들에게 문무왕과 김유신의 존재감이 어떤 것이었는지도 추측 가능하게 한다

  또, 전쟁 이후 어느 정도 안정된 체제를 이루어낸 당시 신라인들의 자부심, 이제는 전쟁과 돌림병이 없는 평화와 안정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신라인들의 염원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이야기로 추측된다. 전쟁은 너무 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으며, 많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이제 반복되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견대에 서면 정면으로 대왕암이 보이고, 그 너머로 멀리 뻗어나간 수평선이 보이는데, 이것이 미래에 대한 한없는 희망과 가능성처럼 보인다.

 

  이견대라는 명칭 자체는 주역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보는데 이롭다.”(飛龍在天 利見大人)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현재의 정자는 1970년의 발굴 조사에서 나온 초석에 근거해 위치를 추정하고 지은 건물이므로, 건물의 역사적 가치는 높지 않다. 중요한 것은 대왕암과 일대의 바다를 한눈에 전망하는 위치 자체이다. 그 옛날 국왕이 행차하여 바다를 내려다보았음직한 명당자리라는 것이 느껴진다.

 

  이견대에 서서 약 1300년 전, 신문왕이 대왕암 주변으로 작은 산이 왔다 갔다 한 모습을 바라본 곳이고, 용이 나타나 왕과 대화를 나누었던 곳이라고 상상해 보자. 잠시 비현실적인 설화의 세계에 빠져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 답사 정보

위치: 경북 경주시 감포읍 대본리 661


이견대는 도로를 따라가다 그냥 지나치기 쉬워 찾아가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주차장도 좁아 승용차도 10대 이상 들어갈 수가 없다. 한적한 시기라면 주차장에 들어가도 되지만, 주말 낮이나 성수기라면 이견대 아래 대본리 마을 일대에 차를 세우거나 봉길해수욕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는 것이 좋다. 아예 대본리 횟집촌에서 식사를 해도 좋다. 고기잡이와 횟집을 겸하는 집들이 많아 가격 대비 풍성한 회와 밑반찬을 만날 수 있다


가는 길

승용차로는 대왕암에서 감포 방향 31번 국도를 따라 가다가 대종천을 건너 우회전, 300m 진행하다가 우측으로 이견대 주차장 진입로를 보고 들어간다. 지나치기 쉬우니 주의할 것.

대중교통으로는 경주시내에서 150번 버스(50분 간격 운행)를 이용, 대종교 삼거리(감은사지 다음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감포 방향으로 15분 정도 걸어가면 우측에 위치. 대왕암에서는 약 1km 거리이므로 연계하여 걸어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