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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여행, 답사 이야기/경주 문화유산 답사, 여행

경주 대왕암 (2) - 대왕암에서 문무왕을 생각하다


# 경주 대왕암 (2) - 대왕암에서 문무왕을 생각하다 



대왕암은 토함산을 넘어 동해안으로 빠지면 바로 만나는 바다 한가운데에 있다. 동해안으로 흐르는 대종천과 동해 바다가 만나는 지점, 봉길해수욕장 앞바다에 홀로 떠 있는 바위 군상들이다.

이 바위에 열십자 모양의 물길이 나 있어 파도가 칠 때마다 한쪽으로 물이 들어갔다가 빠져나가며, 물속에 크고 넓적한 돌이 놓여 있는데, 이 돌 밑에 화장한 문무왕의 뼈를 묻었으리라 추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왕암을 가까이에서 보기는 어려우며, 해안가에서 200m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저곳이 대왕암이라는 식으로 쳐다보는 수밖에 없다. 동해안이니 해 뜨기 전 아침 일찍 서둘러 와서 대왕암 위로 해가 떠오르는 장엄한 일출을 대하면 좋다.

 

그러면 왜 경주의 중심지와 거리가 꽤 먼, 한적해 보이는 이곳에 문무왕의 흔적이 서려 있을까.

삼국유사에 보면 평상시에 문무왕이 지의법사에게 죽은 후에 호국대룡이 되어 불법을 숭상하고 나라를 수호하려고 한다.”라는 말을 자주 하였다. 그리고 문무왕이 왜(일본)의 침략을 물리치고자 하여 동해안 쪽에 감은사를 짓다가 완성하지 못하고 죽어 바다의 용(海龍)이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삼국사기에는 왕이 죽자 신하들이 유언에 따라 동해 입구의 큰 바위 위에 장사 지냈다고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록들을 종합해 보면, 문무왕은 오래전부터 동해안 쪽으로 기습 침입하여 신라를 괴롭혔던 왜의 세력을 막아내는 호국룡이 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자신을 화장해 달라고 유언을 남겼으며, 이에 따라 장사를 지낸 곳이 대왕암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백제와 고구려의 멸망을 지켜본 문무왕은 이제 유일한 적대세력으로 남은 바다 건너 왜까지도 제압하고자 하는 염원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새 시대를 열어갈 터전을 닦은 문무왕의 유언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흔히 우리에게 동해 용왕이 되어 신라 동해안을 지키는 호국적인 존재로 설정된 문무왕은 역사 기록에서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삼국사기에 보면, 문무왕은 이런 유언을 남긴다.

 

헛되이 재물을 낭비하는 것은 역사서의 비방거리가 될 것이요, 헛되이 사람을 수고롭게 하면 죽은 이의 넋을 구원하지 못한다. 내가 죽고 열흘이 지나면 창고 문 앞 바깥 마당에서 불교 의식에 따라 화장하라. 상복은 정해진 규정을 따르되 내 장례의 절차는 철저히 검소하고 간략하게 하라. 변경의 성과 요새 및 주와 군의 과세 중에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세금은 잘 살펴서 모두 폐지할 것이요, 법령과 격식에 불편한 것이 있으면 즉시 바꾸고, 원근에 포고하여, 백성들이 그 뜻을 알게 하라.

 

자신의 무덤을 크게 만드느라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지 말고 간략하게 화장을 하라고 한다. 검소와 절약을 강조하며, 백성들의 세금을 줄이는 등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변화를 이야기한 것이다.

오랜 전쟁으로 괴로워했던 백성들을 달래고 한층 성숙한 새 시대를 열고자 한 의지가 엿보인다. 진정한 평화와 통일의 의미는 바로 이런 것이다.

 

오랜 전쟁으로 인한 고통을 덜고, 안정된 사회에서 새로운 활력을 추구하는 새로운 시대, 시대정신이 푸른 동해 바다에 서려 있다.  언제까지 우리는 "호국"의 이념 속에 대왕암을 가두어야 하나. 시대가 바뀌면 의미도 달라져야 한다. 

이제 대왕암은 왜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는 호국 정신이 서린 유적지를 뛰어넘어, 민생을 안정시키고 새로운 발전을 지향하는 문무왕의 애민(愛民)정신이 서린 유적지, 미래지향적인 유적지로 새롭게 의미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역사는 "과거" 이지만, 우리는 역사를 통해 "미래"를 보아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 힘을 얻을 수 있는 역사 여행지, 바로 이곳이 적격일 것이다. 그러므로 대왕암은 그 자체의 볼거리를 보러 가는 곳이라기보다 바다에 솟은 바위군을 바라보며 당시 사회 변화와 새로운 시대에 대한 발전적 전망을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답사지라 할 수 있다.

 

대왕암을 품에 안은 봉길해수욕장 

 


# 답사 정보

주차의 경우 대왕암 앞 봉길해수욕장 주차장이 있으며 100대 이상 주차 가능. 여름에는 주차료 있음. 이곳에 주차한 후 대왕암과 연계된 이견대(500m)와 감은사지(1km)를 모두 도보로 둘러볼 수 있다.

 

# 가는 길

2016년 여름에 울산~포항간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가는 길이 빨라졌다. 남경주IC에서 들어가 동경주IC로 나간 다음 양북을 거쳐 4번 국도로 들어서면 바로 대왕암을 포함한 동해안 일대로 빠질 수 있다.

경주 시내에서 갈 경우 4번 국도 감포 방향양북면 어일리 삼거리에서 우회전14번 국도929번 지방도로로 5km 내려가 감은사지를 지나간다. 예전 길이다.

불국사 방향에서 토함산을 터널로 뚫고 양북으로 내려가는 신설 도로도 있다. (공기업인 한국 수력원자력주식회사 본사가 양북에 들어서면서 가는 길이 편리해짐)

 

대중교통으로는 경주시내 시외버스터미널 앞, 경주역 앞 등에서 150번 버스(50분 간격 운행)를 이용, 대왕암 입구에서 하차

 

맛집

동해안 방면이다 보니 아무래도 회를 한번 먹어야 한다. 생선회를 맛볼 만한 곳으로는 감포항 일대와 대본항 일대를 들 수 있다.

 

대본항 일대의 횟집들은 대개 바다를 바라보며 길게 이어져 있어 전망이 좋으며 전체적으로 비용도 크게 비싸지 않다. 직접 고깃배를 소유하고 바다에 나가 잡아온 고기를 내는 집들이 많아 회들이 싱싱하고 쫄깃하다. 수성횟집(054-771-8855), 대동횟집(054-771-9125)

 

감포항 일대의 바다속여행 대도(054-777-5562)는 횟집 바로 앞의 바닷물을 끌어들인 다음 횟집 사방 벽을 모두 수족관으로 만들어 손님들이 식사를 하면서 유유히 유영하는 바닷물고기들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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