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 생활과 성동시장 :: 대한민국 나그네의 여행, 맛집, 답사이야기


경주에서 살면서 자료를 모으고 책을 쓰기 위해 경주에 내려온 지 두 달이 넘어간다.


그동안 최순실게이트~박근혜게이트, 대통령 퇴진을 위한 촛불시위, 대통령 탄핵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대한민국이 시끄러웠다. 내가 서울에 없으니 이 모양인가? 살짝 웃음을 흘린다. 잠깐 덧붙이자면 대통령 빨리 물러나야지 하는 생각이다. 어쩌면 저렇게까지 자기 잘못을 인지하지 못할까. 끝까지 국민 앞에 죄인이라는 말은 안하네.



경주는 참 많이 다녔던 여행지이다.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내 공부와 탐구의 대상이자 제2의 고향인 곳이다. 아마 경주 사람보다 경주를 더 잘 알지 않을까 하는 자만심도 갖고 있다.


하지만 내려와 살면서 보니 그동안 나는 그저 경주를 하나의 대상으로 하는 여행만 다녔을 뿐이고, 경주 바깥을 떠도는 여행자였을 뿐, 그들 안의 일원은 아니었고, 그저 구경꾼 정도에 불과했음을 알았다. 세계를 떠도는 어느 사진작가는 사진을 찍기 위해 그들 마을 속에 들어가 살면서 일상에서 익숙해진 다음 그들이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게 되었을 때 비로소 작품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나도 그런가? 경주 시내에서 아침에는 명활산에서 뜨는 해를 보고, 저녁에는 선도산 너머의 일몰을 보면서 정말 경주에서 내가 살고 있구나 하고 실감한다. 


경주 시내의 읍성



경주에 내려온 이후 거의 매일같이 다니는 성동시장. 경주역 앞에 있는, 경주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제법 사람도 많다. 경주 시내로 보면 동쪽에 있어, 경주 읍성 안 동쪽에 있는 시장이라 성동시장으로 이름 붙인 듯하다. 경주 시내에는 큰 시장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성동시장, 하나는 중앙시장. 성동시장이 규모가 더 크고 복잡한데 비해, 중앙시장은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더 정비가 잘 되어 있고 깔끔하다. 보통 외부의 여행자들은 성동시장을 많이 방문한다. 


성동시장의 명물은 한식뷔페집들과 우엉김밥.

시장 중심부 쯤에 10여개가 모여 있는 한식뷔페집은 예전 여행 다닐때부터 즐겨 애용한 곳이다. 1인당 3500원 하던 시절부터 다녔는데 지금 1인당 6000원이니 꽤 오래 됐다. 긴 의자에 앉아 눈앞에 놓인 20여 가지 반찬을 골라서 접시에 올리고 먹으면 된다. 밥은 무한 리필이고, 국은 소고기무국과 시래기국 두 종류 중 하나를 선택해서 먹는다. 물 대신 숭늉을 제공하고, 식사 후에는 디저트 식인지 옛날 야쿠르트 작은 거 하나씩 주는 집이 많다.




한끼 식사에 6000원 내고 수많은 반찬들 중 먹고 싶은 거 골라서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매력 때문에 자주 들른다.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어느 집이나 맛이 비슷비슷하고 반찬 종류도 거의 비슷하다. 같은 곳에서 재료를 제공받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매일 한번 정도는 찾아가서 먹다 보니 집집마다 손맛의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식당 이름들은 보통 지역 명칭이나 사람 이름을 따서 지었다. 그야말로 옛날 식이다. 내가 즐겨 가는 곳은 부산식당, 현대식당, 보영식당이다. 각각 나름의 이유는 있지만, 다른 집들도 들러서 먹곤 한다. 그리고 식당 아지매와 몇마디 이야기 나누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장 잘 가는 부산식당은 아지매가 좀 무뚝뚝하기는 하지만, 정이 많아 보이며, 반찬 가짓수가 가장 많고, 이 집의 시래기국이 괜찮아서 들르며, 또 잘 가는 보영식당은 아지매의 반찬 손맛이 괜찮고 소고기 무국이 좋다. 친절하고 붙임성이 있어 이야기도 많이 나누는 편이다. 무엇보다 반찬을 골라서 5000원 정도에 사갈 수 있어 내 방에서 밥 해 먹을 때 유용하다. 

아는 사람들은 경주 여행 올 때 이곳 성동시장 한식집들에 한번은 들른다. 


흔히 성동시장의 명물로 알려진 것이 우엉김밥이다. 김밥에 우엉을 주재료로 넣는다는 거 외에 특별한 건 없지만, 우엉줄기 무친 걸 김밥 반찬으로 같이 주는 것이 좀 독특하다. 가끔 먹긴 하지만 즐기지는 않는다.


내가 성동시장에서 가장 자주 사는 것은 감주, 서울 말로 식혜이다. 집에서 만든 식혜라 달고 맛있다. 음료수 대신 먹다 보니 감주가 생활 속 음료로 자리 잡았다. 작은 것 1500원, 중간 크기 2500원, 큰 것 4000원이다. 나는 주로 2500원 짜리를 사 먹는다. 식혜를 냉장고에 오래 두면 3일 정도만 지나도 상하기 쉬워 큰 것은 구입하지 않는다.


서울에서는 시장 갈 일도 없고, 가더라도 재미가 없었는데, 경주에 내려와 하루 한 번, 혹은 이틀에 한 번 정도 시장을 들락거리다 보니 이제는 시장이 친숙해졌다. 무엇보다 시장 사람들이 아침부터 활기차게 오가며 장사하는걸 보면 그들의 생명력이 나를 북돋워주는 듯 하여 기분이 좋다. 


경주에 여행오는 사람이라면 성동시장에 한번은 들러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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