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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여행, 답사이야기/전남 여행, 답사이야기

영암 왕인문화축제와 백리벚꽃길을 다녀오다


# 영암 왕인문화축제와 백리 벚꽃길을 다녀오다 


 

영암 백리벚꽃길 풍경 


 오늘 전남 영암에 다녀왔습니다. 


영암 왕인문화축제는 2003년 이후에 처음입니다.  

물론 저는 축제를 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벚꽃길이 목적이었지요. 


왕인유적지 내 산책로 


예전부터 저는 일본에 천자문과 논어를 전파하여 일본의 문화발전에 공헌한 인물에 대해서 왜 우리가 축제를 하느냐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문화발전에 도움을 주었다면 왕인이 문화를 전파한 일본의 어느 지역에서 그를 기리는 문화제나 축제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우리 역사 발전에 도움을 준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그를 기릴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웬지 우리가 고대에 일본보다 앞선 문화 강국이었다는 걸 자랑하고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20세기까지 우리나라가 외국에 의미있는 문화를 전파한 사례는 고대국가들이 일본에 문화를 전파한 사례 하나밖에 없으니까요.  부끄럽지만 사실입니다. 

그래서 더욱 일본에 문화를 전파했다는 걸 그렇게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왕인문화축제장 주무대 일대

왕인 유적지 진입로 벚꽃길 


이제 우리는 21세기에 당당하게 한류 문화를 전세계에 전파하는 나라가 되었고, 아시아권에서는 상당한 문화적 영향력을 가진 국가가 되었습니다. 자랑스럽게도 촛불로 상징되는 평화적인 시위로 정권을 바꾸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민주주의를 앞서 실현해 가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위기야 있겠지만,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더 발전할지 그 잠재력은 측정할 수조차 없습니다. 


이런 시기에 고대 백제가 일본에 문화를 전파한 한 가지 사례를 굳이 강조하여 우리가 일본보다 원래 나았던 문화 국가라는 걸 애써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왕인의 집터였다는 곳 


그래서 왕인문화축제에는 제가 좀 관심이 없습니다. 


왕인문화축제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매년 4월 초에 열리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일 뿐. 


물론 축제는 앞으로도 계속되겠지요. 지자체로서는 우수한 문화축제로 공인받은 데다가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를 통해 영암을 알리고 경제적인 수익도 올려야 하니까요. 

 

왕인의 집터 위쪽의 우물터, 성천(성스러운 우물)이라 이름이 붙어 있다. 


그래도 2003년 이후 14년만에 처음 들르니 추억이 새록새록합니다. 


그 때 망월정 천자문 계단에서 천자문 읽기 대회를 열었는데, 250개 계단에 쓰여져 있는 네 글자씩의 천자문을 모두 읽으며 끝까지 올라가는 미션이었지요. 


천자문을 뗀 적은 없지만, 과거 대학 시절 나갑주라는 한문학자 할아버지 집에서 얼마간 맹자를 배운 적이 있고 - 할아버지 말투가 하도 졸려서 반 이상은 무릎 꿇고 앉은 채로 졸았지만 -, 논어, 맹자, 중용, 대학, 고문진보 등을 공부한 전력이 있어 과감하게 도전했지요. 


세 글자 정도 틀리고 끝까지 올라가니 땀나고 힘들어서 헉헉거렸습니다. 성공이라더군요.  천 자 중 다섯 글자 정도 틀리는 것 까지는 봐준답니다.ㅎㅎ 

덕분에 영암에서 생산한 도기를 미션 성공의 선물로 받고, 관계자와 기념 사진도 찍었습니다. 홍보물 제작에 쓴다나요....   

하여간 아직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왕인유적지 산책로 풍경 

왕인유적지 앞에 조성한 연못, 성담


오늘 가보니, 옛 모습에서 별로 달라지지 않았더군요. 


다만 영암읍에서 구림리 왕인 유적지 가는 길 일부가 새로 생긴 4차선 도로에 흡수되어 일부 구간의 벚꽃길이 사라졌더군요. 

그래도 그 흐드러지게 핀 멋진 벚꽃길은 여전하고, 시골길 정취가 참 좋았습니다. 타이밍이 제대로더군요. 


구림리 일대의 찻길을 여유있게 걸어다니며 마음껏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오늘 완전히 만개해 있으니 내일과 모레, 이번 주말에 절정기를 지날 것 같습니다. 

혹시 벚꽃길 어딜 갈까 하는 분, 전남 쪽으로 가볼까 하는 분은 여기 가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축제기간은 4월 6일 ~ 9일까지이니 일요일까지 축제 행사가 진행됩니다. 아마 주말에 사람이 꽤 많을 것 같습니다. 


길에서 바라본 축제장과 월출산 산줄기


차 갖고 가시면 내비에서 왕인유적지 혹은 전남 영암군 군서면 왕인로 440 찍고 가시고,  

버스 이용하시려면 영암읍에서 독천, 목포 가는 버스를 타시면 됩니다. 30분 정도 간격으로 자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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