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사성암 – 섬진강과 지리산을 한눈에 품은 명품 전망 :: 대한민국 나그네의 여행, 맛집, 답사이야기


#  구례 사성암  –  섬진강과 지리산을 한눈에 품은 명품 전망

 

 


  드라마 추노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곳에 여행객들이 많이 찾아 온 게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요즘엔 제법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는 바람에 아랫마을에서 사성암까지 편도 3,000원을 받는 셔틀버스가 계속 산길을 오가고 있다.

 

  사성암을 찾는 방문객들이 꽤 많아지면서 구례군청, 구례 택시 기사들, 셔틀버스 운행 업자 사이에 사성암까지의 교통편과 수익을 놓고 상당한 알력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들었는데, 교통정리가 되었으니 굳이 좋지도 않은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여간 지금은 오산(542m) 정상부에 위치한 이 전망 좋은 사찰을 찾는 방문객들이 꽤 많아지면서 구례의 필수 코스처럼 인식되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곳에서의 섬진강, 구례읍, 지리산 노고단 일대를 조망하는 풍경 하나는 국보급이다.


 

  사성암에는 마애여래입상(전남 유형문화재 제220)을 제외하면 역사적인 유물이나 유적이 없다. 본래 제법 오래된 작은 사찰이 있었지만, 근래에 들어 주인이 두 번 바뀌면서 전각을 다시 짓거나 전면 보수를 하는 바람에 고풍스런 느낌은 없다. 전각의 이름도 바뀌어 약사전은 유리광전으로, 산신각은 산왕전으로 고쳐 놨다.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법정 소송까지도 있었다니 꽤 복잡하다. 지금은 법정에서 최종 승소한 조계종 소속 사찰이 되어 있다. 조계종 소속이 된 이후 사성암까지 기존의 험한 길 대신 새로 깨끗하게 포장도로도 만들어졌다)


 

  따라서 사성암은 문화유산을 보러 가는 사찰이 아니다. 이 사찰 건물들이 들어앉은 자리와 이 일대의 전망을 보러 가는 사찰이다.

 

  사성암이 오랜 역사를 가진 사찰이라고 내세우기는 한다. 설명에 따르면 544(성왕 22) 연기조사가 처음 건립하였다고 하며, 원효와 의상, 도선, 진각, 네 명의 고승이 수도하였다고 하여 네 명의 성인, 사성(四聖)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그들의 이름이 붙은 원효바위와 도선굴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라면 그다지 신뢰성은 없다

원효와 의상이 이곳에 수도하러 온 적이 없다는 건 확실하게 단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찰의 1/3 이상을 창건하거나 수도했다고 전국 여기저기 설화에 등장하는 스님이 원효이다. 정작 원효는 일생에 2~3번 정도 이외에는 경주 일대를 벗어난 적이 없다. 그것도 중국 유학 때문에 충청도를 거쳐 경기도로 간 정도이다.

  의상은 유학 다녀온 후 경북 영주 봉황산 줄기에 부석사를 짓고 나서 이 일대와 경주 지역을 떠나본 적이 거의 없다. 도선이나 진각은 잘 모르겠으나, 도선의 설화는 그가 활동했다는 전라도 일대의 숱한 사찰들에서 꽤 많은 신비로운 전설과 설화가 남아 있으니 모두 맞다고 할 수도 없다.

 

  조선시대의 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남원 조)"오산은 유곡(楡谷)의 남쪽 15리에 있다. 꼭대기에 바위가 하나 있고 바위에는 빈틈이 있는데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이 깊다. 전하는 말에, 도선(道詵)이 이 산에 살면서 천하의 지리(地理)를 그렸다고 한다." 라는 기록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바위의 빈틈은 지금의 도선굴을 말하는 것 같다. 산왕전(구 산신각) 옆에 깊이 뚫려 반대편으로 이어지는 바위굴이 지금도 있으니, 조선시대에도 이곳에 대한 인식은 있었던 모양이다. 다만 사찰이 있었다는 기록은 없다.

지금 남아 있는 마애여래입상도 아무리 빨라도 신라 말 이상으로 올라갈 수는 없다.

따라서 창건의 내용도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설사 그랬다 하더라도 고려 때는 모르지만, 조선시대에는 사찰이 없었던 것 같다.

 

도선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일시적으로 사찰이 있었어도 지금의 사성암으로 연결되는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며, 오랜 수도처로 인식되어 고승이나 도인들이 다녀간 흔적은 있으니 여기에 역사적으로 이름난 승려들의 이름을 갖다 붙인 것 같다.

 

  굳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많은 안내책자나 인터넷 상의 글들(특히 블로그 글)이 이 사성암의 유래를 의심 없이 그냥 반복해서 싣고 있기 때문이다.

 

  사찰의 유래와 역사성은, - 불교 측에는 미안하지만 - 한번 정도 걸러서 받아들여야 한다. 사적기가 있다고 하지만 그걸 그대로 믿고 합리적 근거 없이 역사를 마냥 끌어올려 오래된 고찰임을 내세우는 사찰들이 너무 많다. 사실 알고 보면 회사, 학교, 조직, 단체, 심지어는 국가조차도 역사를 끌어올리기 위해 무던히 애쓴다. 사찰이 좀 더 심하긴 하지만.

또 많은 사찰들이 이러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것까지는 생략. 말이 너무 길어졌다.

 

사성암의 지금 모습은 굳이 오랜 역사를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독특하며 독자적이고 빼어나다.



 

  사찰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파른 언덕길을 걸어 오르면 머리를 높이 들어야 눈에 들어오는 바위 절벽에 자리 잡았다. 오산 정상부의 거대한 바위군 절벽 틈틈이 건물을 지어 아슬아슬한 계단을 내고 좁은 길을 따라 구석구석 찾아다니게 만들었다.

 

  중심 전각이라 할 수 있는 유리광전(구 약사전)은 기암절벽 작은 틈에 전각을 앉히고 아래 바위에 기둥을 세워 이 건물을 지탱하도록 한, 반 이상은 공간에 떠 있는 건축물이다. 지장전과 산왕전은 거대한 바위틈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좁은 공간에 요령 있게 들어앉았다. 왜 이렇게 위태위태하게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억지로 우겨 넣은 듯한 건물들인데, 그 덕분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감탄을 불러일으키고 눈을 즐겁게 한다.

 


  이렇게 산 정상부 바위틈에 들어앉은 사찰이나 암자가 우리나라에는 제법 있다. 유명한 것만 들어도 여수 향일암이나 남해 금산 보리암, 설악산 봉정암을 언급할 수 있고, 전망 좋기로 제천 정방사, 창녕 관룡사 부속 암자인 청룡암 등 제법 있는데, 여기처럼 극단적으로 절벽에 붙어 자리 잡은 것은 아니다.

 

  더구나 극락전, 산왕전 옆 바위를 돌아가서 만나는 소원바위 일대와 그 옆길로 가서 만나는 절벽 길에서는 세상 최고의 국보급 전망을 만난다.


  

  곡성에서 내려오는 섬진강 본류와 지리산에서 산동을 거쳐 내려오는 서시천의 물줄기가 구례읍 벌판 앞에서 만나는 장엄한 합류의 전망과, 노고단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산줄기들이 첩첩이 중첩되는 웅장한 풍경이 하나로 통합되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산과 강과 벌판과 마을이 행복하게 만난다. 

절벽 길 따라 걸어가면 마치 파노라마처럼 줄줄이 이어지니 걸어가는 발길 하나하나가 동영상 필름처럼 느껴진다. 풍경은 멈춰 있는데, 내가 이동하면서 풍경도 이동한다.

 

이걸로 됐다. 사성암에 와서 이걸 보았다면 더 이상 다른 건 필요 없다.


 

  대한민국의 전망을 문화재로 지정한다면 대한민국 전망 제 10호 안에 넣어주고 싶다. 답사 전문가이자 전 문화재청장인 유홍준은 부석사 무량수전 앞 전망을 전망 제로(0)로 쳐준다고 했던가. 이른바 영순위인데, 나는 이 사성암 전망을 전망의 영순위로 넣어주고 싶다.

최근 6개월간 돌아다닌 곳들 중에서는 통영 사량도 지리산(지리망산) 줄기에서의 남해안 전망과 쌍벽이다.

 

  사성암에 왔다가 돌아가는 사람들의 뒷모습과 발걸음은 행복해 보인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지만, 마치 처음 온 것 같은 즐거운 마음으로 사찰을 내려간다. 사성암의 또 다른 절경이라는 멋진 일몰을 보고 싶지만, 날씨가 흐려지고 있는 데다 개인적인 일정이 따라주지 않아 아쉽다.

 

이 만남이 끝이 아닐 것이라 믿는다.

 


 

주소 및 기타 정보

주소: 전남 구례군 문척면 사성암길 303

문의 안내: 061-781-4544

 

사성암 바로 아래 주차장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다. 다만 경사진 면이라 좀 위태로워 보이기는 한다. 주차비, 입장료는 없음.

 

사성암 아래 죽연마을에 주차장이 있으니 차를 세우고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셔틀버스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10. 요금은 편도에 성인 3,000, 소인 2,400(사실상 거리가 멀어서 왕복 요금을 지불해야 함, 2017년 3월 기준)

 

가는길

자가용

순천 완주 고속도로 구례화엄사IC에서 나와 19번 국도 구례읍을 지난 후 17번 국도 순천 방향 죽마리를 지나면서 왼쪽으로 사성암 오르는 도로가 있다. 굽이굽이 4km 정도 올라간다. 만약 차량 통제로 올라가지 못할 경우 아래 죽연마을 주차장에 주차하고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대중교통

버스편은 불편함.

구례읍에서 죽마 행 군내버스(하루 4, 10:00, 11:40, 12:20, 16:20)를 이용하여 죽연마을, 사성암 입구에 내려서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셔틀버스 운행은 위 주소 및 기타 정보에 자세히 설명함.

택시를 이용할 경우 구례읍에서 사성암 바로 앞까지 15,000

 

맛집

구례읍내의 식당들을 이용하자.

동아식당 (061-782-5474)의 가오리찜이 꽤 유명하고 먹어볼 만하다.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왔다고 하여 유명세를 탄 집인데, 메인 메뉴인 가오리찜 자체가 별미로 꽤 좋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반찬은 그저 그렇다.

그 외 평화식당(061-782-2034)의 육회비빔밥도 좋다.

 

숙박

구례역 쪽에 아름다운풍경 펜션(061-783-3381, www.아름다운풍경.kr)이 있다. 섬진강을 내려다보는 좋은 펜션이다.

그 외에 구례읍내의 모텔 시설을 이용하거나 아예 멀리 산동면이나 화개 일대의 펜션이나 숙박시설들을 이용한다.

그리스텔 (구례읍내, 061-782-8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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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산 7-1 | 사성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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