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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경북 여행, 답사이야기

울진 망양정 해돋이와 관동팔경

# 망양정 해돋이와 관동팔경 - 바다 밖은 하늘이니 하늘 밖은 무엇인고

 


하늘 끝을 보지 못해 망양정에 오른 말이

바다 밖은 하늘이니 하늘 밖은 무엇인고

가득 노한 고래 누가 놀래기에 불거니 뿜거니 어지러이 구는지고

은산을 꺾어내어 천지사방에 내리는 듯

오월 장천에 백설은 무슨 일인고

(정철, “관동별곡)

 

  경북 울진에 있는 망양정(望洋亭)은 정면 3, 측면 2칸의 날씬한 팔작기와집이다. 관동팔경(關東八景)의 하나로 넓은 동해를 바라보며 산 정상에 날아갈듯 앉아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고 있다. 정자 바로 아래 해안에 붙은 명칭이 망양정해수욕장이니, 망양정의 지명도가 꽤 높았음을 알 수 있다.


  2016년 12월 말, 오랫만에 망양정을 찾았다. 해돋이를 보기 위해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오전 7시 15분쯤 울진 종합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이용, 망양정에 도착하였다. 망양정은 울진읍에서 가깝다. 망양정에서 울진읍의 일부가 보일 정도이다. 망양정은 울진읍 남쪽을 흐르는 왕피천이 바다와 만나는 얕으막한 언덕 위에 있다. 



  아침 7시 35분쯤 해가 떠오른다. 동해안 어디나 그렇지만 한 점 티없이 수평선 위로 뜨는 해는 언제 보아도 장관이다. 정자 건물의 일부가 나오도록 해돋이 장면을 찍었는데, 나름대로 괜찮다. 바다를 보아 시원하고, 그 바다 위로 솟는 해를 보아 통쾌하다. 시선을 돌리면 왕피천 하구가 눈에 들어온다. 


  망양정 아래를 흘러 바다와 만나는 왕피천은 한자어 그대로 "왕이 피해왔던 하천"이다. 이 왕이 누구냐에 대한 논란이 좀 있었던 듯 한데, 아무래도 이곳에서 태백산맥 넘어가면 영주, 안동 지역이므로 홍건적의 난 때 안동 지역에 피난 왔던 고려 공민왕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편 여름에 이 망양정해수욕장에 온 적이 있었는데왕피천 하류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서 물놀이를 하는 게 꽤 즐거웠다동해안에서 이런 곳이 없다울진 일대로 피서와 해수욕을 온다면 추천하고 싶은 해수욕장이다.



  본래 망양정은 고려 때 울진군 기성면 망양리 해안가에 세워졌으나, 시간이 지나며 허물어진 것을 조선 성종 2(1471) 평해군수 채신보가 현종산 남쪽 기슭에 옮겨 놓았다. 그러다가 허물어지고 다시 세우기를 반복하다가 1858년 울진현령 이희호가 정자가 오랫동안 무너진 것을 한탄하여 지금의 자리로 옮겨 세웠다. 그 후 정자가 퇴락하여 주춧돌만 남은 것을 1958년에 울진군의 보조금과 여러 사람들의 기증으로 중건하였다. 1979년에 한번 더 보수를 거쳤고, 이후 다시 낡고 기울어진 것을 울진군에서 2005년에 완전히 해체하고 새로 지었다. 참 오랫동안 위치도 바뀌고 건물도 새로 짓는 등 신경을 많이 쓴 건물이었던 셈이다.



  따라서 망양정은 누각 자체가 주는 전통적인 건물의 맛은 없다. 하지만 정자와 누각이 대개 그렇듯 건물 자체보다 건물에서 보는 전망이 더 중요하다. 내다보는 풍경을 우선시한 것이 누각이니 지금도 그 훌륭한 바다 전망은 변함없다. 더구나 왕피천이 하구에 제법 넓은 강을 형성하며 잔잔하게 흘러나가 바다와 만나는 지점 언덕 위에 솟아 있어 강과 바다, 산을 연결하는 자연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이것이 망양정이 다른 누각이나 정자와 다른 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망양정에는 유명 인사들의 글귀가 많다. 특히, 조선 숙종은 강원도 관찰사에게 관동8경을 모두 그려 오라고 하여 그림으로 두루 감상한 뒤 망양정 경치가 최고라 하여 관동제일루”’라는 현판을 하사하였다고 한다. 그림만 보고 최고라고 하는 건 요즘 식으로 말하면 가보지도 않고 사진만으로 최고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점의 정자라는 희귀성이 영향을 준 듯하다. 사진도 잘 나오듯이 그림도 잘 나왔을 것이다. 그 외에 정조도 어제시를 남겼고, 정추, 김시습이 남긴 시, 유명한 정철의관동별곡등 많다.


 여름이면 사람들이 꽤 많았겠지만, 해돋이를 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3명 뿐이었다. 이렇게 조용한 게 좋다. 

  정작 새해 1월 1일에는 내 방에서 쉴 생각이었다. 미리 해돋이를 했으니. 항상 그래왔다.  


(망양정 남쪽으로는 해돋이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요즘엔 여기서 일출 행사도 하곤 한다. 이곳과 망양정을 연결하는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면 좋다.) 




여행정보 (울진군 근남면 망양정로 1016)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9-6921

주차는 50대 수용 가능

망양정 바로 아래에 망양해수욕장이 있다. 한여름에는 해수욕을 겸하면 좋다. , 바다로 흘러나가는 왕피천에서 민물낚시를 즐겨도 좋다.


숙박은 망양정 아래 해수욕장 쪽에 민박집들이 좀 있지만, 편하게 쉬려면 울진읍의 모텔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그래도 굳이 바다를 바라보는 곳에서 숙박하고 싶다면 망양정해수욕장 바로 앞 파랑새펜션(054-783-1717)을 이용한다. 


가는 길

자가용

동해고속도로동해동해안 7번 국도삼척울진으로 온 다음 울진읍과 수산교를 지나자마자 망양정 안내판을 보고 좌회전, 1.5km 들어간다.

포항 쪽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올라오면 영덕평해를 지나 울진 들어서기 전 우측 망양정, 성류굴 방향으로 빠져 망양정 방향 1.5km

 

대중교통

울진종합버스터미널에서 산포리행 버스를 이용, 망양정 앞에서 하차한다. 하루 7회 시내버스가 간다.

울진종합버스터미널 054-782-2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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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글과 사진은 여행작가로서 저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함부로 퍼가시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