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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포로수용소 유적지 - 전쟁의 비극이 낳은 역사 속 현장

#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지  -  전쟁의 비극이 낳은 역사 속 현장

 


  1950625일에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되어 1953727일 휴전 조인이 이루어진 만 3년간의 전쟁을 뭐라고 부를까

  우리 교과서는 6.25 전쟁이라고 호칭한다. 특히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이렇게 확정해놓고 있다. 공식적인 명칭이다.

  그런데 흔히 한국전쟁이라고도 많이 부른다. 과거에는 6.25 사변, 6.25 동란이라는 용어도 많이 사용했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명칭에는 그 사건에 대한 평가와 판단이 깔려 있다. 우리는 무심코 부르지만, 그 호칭에는 다 이유가 있다.


  북한이 남침한 날, 625일이 들어가면 그 전쟁이 북한의 남침임을 강조한 용어이다. 북한의 선제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되었고, 전쟁의 책임도 북한이 져야 한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전쟁이라는 용어는 두 개 이상의 주권 국가가 화기를 동원하여 싸웠다는 의미이며, “사변이나 동란은 상대방을 주권 국가로 인정하지 않거나 불법적이고 부당한 정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침략한 북한 정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에 변란이라는 용어를 붙인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전쟁이라는 용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호칭이다. 한국에서 일어난 전쟁이라는 의미이며, 내전이 아닌, 국제적 성격도 띤 전쟁을 의미한다. “국가의 이름이 전쟁에 들어가면 단순한 내전이 아닌, 국제전의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용어를 어떻게 붙이느냐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 사건에 대한 평가가 포함되어 있기에 여러 논란을 낳기도 한다. 하여간 교과서 명칭인 6.25 전쟁이라는 말은 북한이 남침한 날을 강조함으로써 전쟁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용어이며, 북한 정권을 괴뢰집단이 아닌, 정식 국가로는 인정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전쟁이라는 용어가 전쟁의 성격에 더 들어맞는다고 보지만, 교과서의 공식 명칭인 6.25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1945년 일제 강점기가 일제의 무조건 항복으로 끝나고 우리는 해방을 맞이했지만, 그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분단과 남북 간 전쟁으로 혼란이 거듭된다. 6.25 전쟁은 국토 대부분을 유린한 파멸적인 전쟁이고, 단순한 인적, 물적 피해를 넘어 사람들의 정신적인 면까지 상당한 충격과 상처를 안겨준 전쟁이었다. 어쩌면 휴전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아직도 전쟁의 유산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금이야 전쟁의 피해나 흔적이 거의 사라져 이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그래도 그 흔적이나마 살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거제도에 있는 포로수용소이다.

 


  거제 포로수용소. 우리 현대사의 비극 6.25 전쟁의 한 단편을 볼 수 있는 유적지이다.

전쟁 당시 국군과 유엔군에 잡힌 전쟁 포로들을 격리, 수용하였던 거제 포로수용소는 19512월에 들어서서 17만 명의 포로들을 수용하였다.

  당시 거제도 인구가 10만 명이었다니, 주민보다 포로가 더 많았던 셈. 거제도가 우리나라 전체 섬 중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라 하지만, 지금보다 더 인구가 많았던 것이다.


  주민들이 살던 집과 논밭을 징발해 수천 개의 천막을 세우고 포로들을 수용한 터에는 당시 건물 잔해로서 경비대장 집무실, 보급창고와 무도장의 시멘트 바닥, 기타 시멘트 구조물들이 남아 있다. 강원도 철원에 남아 있는 구조물들과 함께 드물게 남은 전쟁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잔해들만으로는 별다른 볼거리가 없어 이를 보완하는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거제시에서 꽤 오밀조밀하고 체계적으로 조성하였다.

그래서 옛 터에는 당시 기록과 자료를 바탕으로 여러 인공 시설과 전시 자료를 보여주는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이 들어서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광장과 인공폭포가 있고, 왼쪽 산길을 따라 걸어가며 포로수용소 디오라마관, 6.25 역사관, 대동강 철교 모형, 포로생활관, M.P 다리, 포로생포관, 포로 폭동 체험관, 기념촬영 코너까지 다양한 시설물들을 만들어 전쟁과 이곳 포로수용소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알 수 있게 해 놓았다.


 

  특히, 산길을 내려와 만나는 포로수용소 막사촌은 당시 막사를 실제대로 복원함으로써 생생한 현장감을 주고 있다. 주변의 감시 초소와 취사장, 생활도구까지 재현해 놓았다. 막사 안에 들어가서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막사촌 옆으로 현재 남아 있는 당시 시멘트 구조물들이 있다. 이른바 잔존 유적이라 하는데, 무도장의 시멘트 바닥이 가장 인상적이다. 당시 수용소를 맡았던 유엔군(주로 미군)들이 음악 틀어놓고 춤추며 놀았던 곳이라 생각하니 여러 가지 상상이 떠오른다. 이 언덕에서 보이는 아래쪽 골짜기 전체에 수용소 막사가 있었다고 하니 제3자가 보면 장관이었을 것이다.

지금이야 이 골짜기에 거제도에서 가장 큰 동네가 들어서 있고 행정과 교통의 중심지 기능을 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제대로 남은 흔적이 거의 없어 국가 사적으로도 지정되지 못했지만, 거제시는 이 잔존 흔적들과 당시의 자료들을 적절히 이용하여 꽤 훌륭한 유적 공원을 만들어냈다. 이제는 유적지라기보다 관광지라고 해야 더 옳을 것 같다.

 


  다른 나라에서는 200~300년 이상이 걸려도 없었던 숱한 사건과 전쟁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00~150여년 사이에 있었다. 우리의 근현대사는 그만큼 격동기였고, 지금도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사건들을 겪고 있다. 역사가 그만큼 격동기에 드라마틱했으니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이 논픽션에 살짝 픽션을 곁들여 숱한 작품들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이른바 대박 영화와 대박 드라마의 1/2 정도는 우리 역사, 특히, 우리 근현대사를 배경이나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다.

 

  숱한 막사들과 그 안에서 갖은 사건을 겪었던 포로들의 이야기는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언덕 일부에 이런 유적공원을 만들어놓아 그 시절을 반추해볼 수라도 있게 했으니 다행한 일이다.

 

 

여행 정보(inf)

주소: 거제시 시청로 302번지 일원

문의: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055-639-0625, www.pow.or.kr

기타 정보: 입장시간 하절기(3~10) 9:00~18:00, 동절기(11~2) 9:00~17:00, 설날, 추석 당일 휴관, 입장료는 어른 7,000, 청소년 5,000, 초등생 이하 3,000/ 주차장은 500대 이상 주차 가능, 주차료는 승용차 3시간 기준 2,000, 버스 5,000

 

곳곳에 체험시설로 사격체험장과 거울미로&착시미술, 아바타포 등이 있는데, 체험하려면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 한다.

 

여행 타이밍: 사계절 어느 때나 가볼 만하다. 특히, 산길 따라 걷기 좋은 4~5, 9~10월이 시기적으로 좋다. 아이를 동반한 체험학습으로 가면 유익하다.

 



가는 길

자가용

중부고속도로 통영IC에서 나와 14번 국도 거제 방향신거제대교 건너 15km 진행고현에 들어와 오른쪽 거제시청 방향으로 우회전, 시청을 지나가면 오른쪽에 유적공원 주차장이 있다.

 

대중교통

대중교통이 편리하다. 다른 지역에서 가려면 일단 거제도 고현으로 간다.

고현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100, 102, 104, 110, 130, 141, 151번 버스 등 많은 버스가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앞을 지나간다.

거제 고현시외버스터미널 055-632-1920

 

맛집

포로수용소 유적에서 가까운 백만석식당(멍게비빔밥, 055-638-3300)은 살짝 얼려둔 멍게를 뜨뜻한 밥에 얹어 참기름, 깨소금, 김가루와 비벼 먹는 멍게비빔밥이 별미로 유명하다. 그 외에 생선회비빔덮밥, 성게비빔밥 등의 메뉴들이 있다.

옥포항 쪽의 항구횟집(모듬회, 055-687-6623)은 싱싱한 회와 깔끔한 밑반찬이 좋다.

 

숙박

고현시외버스터미널 일대에 호텔과 모텔들이 많다. 편안하게 숙박할 수 있다. 낭만적인 분위기를 원하면 장승포~거제 해금강을 연결하는 동부 해안 쪽 펜션들을 이용해도 좋다. 여기서는 고현 일대의 숙박시설들을 소개한다.

거제삼성호텔(055-631-2114, www.sghotel.co.kr)

거제관광호텔(055-632-7002, www.geojehotel.com)

썬바디모텔(055-638-1909)

모텔카스바(055-638-1075)

샤론모텔(055-635-3890)

몰디브모텔(055-638-5335)

 

Tip

거제도 일대에서 교통, 생활의 중심이 되는 곳이 포로수용소 유적지와 거제시청이 있는 고현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자 하면 고현에서 움직이는 것이 편리하다. 극장과 대형 마트, 호텔, 모텔 등과 해안의 횟집촌이 있어 좋다. 승용차를 가지고 갈 경우 장승포~거제 해금강을 연결하는 해안 일대에서 숙박하며 드라이브를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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