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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여행, 답사이야기/강원도 여행 이야기

영월 청령포 – 풍경이 아름다워 더욱 슬픈 비운의 왕 단종의 유배지


# 영월 청령포 풍경이 아름다워 더욱 슬픈 비운의 왕 단종의 유배지

 

 

  12세의 나이에 왕이 되고, 17세의 나이에 작은 아버지에게 죽음을 당한 비운의 왕, 단종.  조선시대 가장 비극적인 운명을 당한 왕 단종이 작은 아버지 수양대군(후의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를 온 땅이 강원도 영월이다.


  그래서 영월에는 유독 단종과 관련된 전설이 많다

심산유곡의 깊은 산골에 한때 왕이었던 소년이 귀양을 왔으니, 이 동네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관심사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죽음을 오래도록 기억하며 애도를 표했을 것이니, 그것이 영월을 충절의 고장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영월로 넘어오며 단종이 눈물을 흘리자 소나기가 내렸다는 소나기재, 죽은 후 혼이 어라연에서 살고자 하니 어라연의 물고기들이 줄줄이 떼 지어 나타나 반대하며 태백산으로 가라고 했다는 전설, 결국 혼이 태백산에 가 산신령이 되었다는 전설 등 숱한 전설이 남아 있다.


 

  실제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는 영월읍에서 서남쪽으로 3km 떨어진 곳으로, 동남북 삼면이 남한강으로 둘러쳐져 있고 서쪽 사면은 험한 산줄기로 막혀 천연의 방벽을 이루고 있다. 이곳을 가려면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하므로 항상 사람을 실어 나르는 배가 대기하고 있다. 그래서 입장료에는 배삯이 포함되어 있다.

 

  강을 건너 청령포에 이르면, 소나무가 우거진 숲 사이로 복원된 유배지와 금표비, 관음송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단종이 홀로 갇혀 지냈던 초가집은 소나무 숲 안에 그늘을 이루며 그럴듯하게 서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영월군이 2000년에 복원한 단종어소라는 기와집과 그 옆에 시중을 든 나인들이 머물렀다는 초가집이 세워져 있다.

 


  그런데 나는 단종이 생활했다는 기와집은 잘못된 복원이라고 본다. 영월군 측 안내에 따르면, 승정원일기의 기록에 따라 기와집으로 복원했다는데, 혹시나 싶어 승정원일기를 아무리 뒤져도 관련 기록은 찾지 못했다. 일단 승정원일기 자체가 단종과 세조 당대가 아닌, 후대 인조 1년부터의 기록이다. 당시 단종이 귀양 갔던 시기의 기록 자체가 없다

혹시나 해서 조선 후기 기록들을 찾아봐도 불성실하게 뒤진 탓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 내 단순한 생각은 이렇다. 조카이지만, 세조에게는 최고의 위험인물이자 감시 대상이었던 단종을 삼면이 강이라 도망갈 수 없는 천연의 유배지에 귀양 보내면서 기와집을 지었을 리가 없다. 강 건너로 건축 자재와 인력을 들여 기와집을 만드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유배당한 1급 감시대상이 기와집에서 사는 경우는 없다.

 

  마당에 영조 때 세웠다는 단묘유지비가 서 있는데, 나는 이곳에 작은 초가집을 지어놓고 생활하게 했으리라 추측한다. 물론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 보면 시중드는 나인들은 딸려 보냈다.

 

  왜 이걸 문제 삼느냐면 자칫하면 조선시대 정변의 피해를 입고 삼촌에게 쫓겨나 귀양을 온 단종이 번듯한 기와집에서 여러 나인들 시중 들어가며 편하게 생활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얘기하는 학생도 있었다.

 

정변을 일으킨 왕이나 정치세력이, 언제 반대파가 단종을 내세워 칼끝을 겨눌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카라고 그렇게 배려했을 리가 없다,

  귀양 보낸 지 한달 쯤 후에 비로소 우물이 없다니 우물을 파주라는 명을 내리고, 나중에 금부도사 보내서 죽여 놓고는 자살했다고 위장한 그 세조와 측근들이? 승정원일기에 명확한 기록이 없다면 저 번듯한 기와집을 단종 어소라고 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유명한 전남 강진 다산초당의 경우, 초당을 복원한다고 초가집(초당)이 있던 작은 땅에 꽉 차게 큰 기와집을 만들어놓아 주변 지형이나 풍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초당 앞이나 옆에 있었을 마당이 실종됐다. 자칫 정약용이 큰 기와집에서 호의호식한 것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이곳 단종 어소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야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정변을 일으켜 많은 사람을 죽이고 어린 왕을 속여 허수아비로 만든 다음, 결국 탈출 불가능한 오지로 귀양 보내 냉혹하게 죽여 버린 사실은 실종되고, 그저 불쌍한 단종이 그래도 삼촌 세조가 배려해서 만들어준 기와집에서 편안하게 생활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래서 승정원일기에 그런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결국 능력 부족인지 승정원일기 홈페이지와 조선왕조실록 홈페이지를 반나절 뒤졌어도 찾지 못했다. 영월군에서는 확인해 줄 수 있을까 싶어 질문해 놓은 상태이다. ~ (그냥 넘어가기엔 찝찝해서)

 

  이제 이 얘기는 그만하자.

단종 어소에서 북쪽 강가 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숲속에 금표비가 있다. 조선 후기 영조 2(1726)에 세워진 금표비는 풀이하면 동서로 300, 남북으로 490척은 왕이 계시던 곳이므로, 사람들은 들어오지 말라라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단종이 죽은 후 200년 이상 방치되어 있다가 조선 후기 숙종 때 비로소 복권되고, 영조 때에 와서야 유배지 보호를 위해 금표비가 세워진 것이다.

사실 청령포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진짜 유적은 이거다. (과거 한때는 이걸 단종이 이곳에 귀양 온 당시에 세운 것으로 오해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관음송 

 

  숲속 한가운데에 눈에 띄는 소나무가 있다. 관음송이다.

관음송은 나이 600년에 천연기념물 제349호로 지정된 높은 소나무로, 단종의 생활을 보고(), 단종의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청령포 북동쪽 바위 절벽 위로 조금 오르면 전망 좋은 지점이 나오는데, 이곳이 노산대라 부르는 기암절벽이다. 국왕에서 노산군으로 강등된 그의 처지가 드러난 이름이다. 단종이 매일같이 올라 강과 강 너머를 바라보았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아직도 깨끗하고 푸른 강물이 500년 전 그의 시름을 간직하고 있다.

 

  청령포에 유배된 단종은 비록 홍수 때문에 청령포에 채 두 달도 머물지 않고 영월읍 관가(관풍헌)로 옮겨 갔지만, 그의 대표적인 유적지의 자리는 여전히 청령포가 차지하고 있다. 아마 청령포의 아름다운 풍경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단종의 사형을 집행한 금부도사 왕방연이 남긴 시를 감상해 보자.

 

천만 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청령포는 2008년 명승 제 50호로 지정되었다.

 

 

여행 포인트: 사계절 찾아갈 만한 이유가 있는 곳이다. 신록이 푸르고 강물이 깨끗한 봄, 시원한 강바람이 좋고 주변의 피서 계곡과 강물을 즐길 수 있는 여름, 서늘하고 풍치 좋은 가을, 눈 쌓이고 강에 얼음이 언 겨울 모두 가볼 만하다. 가족여행, 나 홀로 여행, 차분한 사색 여행에 좋다.

 

추천 여행 코스(12)

청령포(1시간 30)5장릉(40)고씨동굴(1시간 30)1김삿갓계곡(1시간)과 조선민화박물관(1시간)

 

 

연락처 및 기타 정보

주소: 영월군 영월읍 청령포로 133

청령포 안내소 033-370-2620, 영월종합관광안내소 033-374-4215

관람시간: 9:00~18:00 (입장은 17:00까지)

관람료&배삯 성인 3,000, 초등생, 청소년 2,500, 어린이 2,000

주차는 300대 가능

 

짧은 거리지만 아이를 동반한 여행인 경우 아이들이 배 타고 건너가는 걸 좋아한다. 몸이 배 난간 너머로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가는 길

자가용

중앙고속도로 제천IC제천 시내로 향하다가 제천 외곽으로 빠지는 38번 국도(자동차 전용도로)로 진입영월읍에 가기 직전 서영월IC로 나와 1.5km만 가면 청령포에 닿는다.

 

대중교통

영월읍에서 청령포 입구로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으나 하루에 5회 밖에 없으므로 차라리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영월교통 033-373-2373, 영월시외버스터미널 033-374-2451

 

솔잎가든 곤드레정식


맛집

청령포에서 시내 방향으로 언덕을 오르면 길가에 솔잎가든(033-373-3323)이 있다. 내 단골집이다. 이 집 곤드레밥 정식은 맛깔나고 풍성하게 나오는 밑반찬들과 잘 어울린다. 내 추천으로 몇 명이 먹었는데, 모두들 좋았다고 하는 걸 보니,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기타 인근 장릉 앞의 보리밥집인 장릉보리밥집(보리밥정식, 033-374-3986), 사랑방식당(보리밥정식, 033-374-4655), 읍내 청산회관(곤드레나물밥, 033-374-3030)도 먹을 만하다.

  

숙박

청령포 인근의 펜션, 모텔과 영월읍내의 모텔 시설을 이용한다.


리버팰리스펜션 ( 033-372-5400, www.ywriverpalace.co.kr)

드림힐펜션 ( 033-375-1234, www.ywhill.com)

테마모텔(영월읍내, 033-373-1228)

청령포모텔(청령포 입구, 033-372-1004)

리버텔(청령포 앞, 033-375-8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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