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도 팽목항에 가다 – 세월호, 잊지 않겠습니다. :: 대한민국 나그네의 여행, 맛집, 답사이야기


# 진도 팽목항에 가다 세월호, 잊지 않겠습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310일 금요일 오전 1120분경, 헌법재판소 8인 재판관의 만장일치 결의에 의하여 역사적 결정이 내려졌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당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 파면 결정 직후의 선고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따른다.

이 결정에는 세월호 참사 관련하여 피청구인은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헌법상 성실한 직책수행 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를 위반하였고, 다만 그러한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앞서 세월호 사건에 대한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과 직책 성실 의무 위반이라는 국회 측 탄핵 사유에 대해서는 탄핵 심판 절차의 판단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언급한 내용에 대한 보충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내가 보기에 헌재는 세월호 사건에 대하여 대통령이 국가 지도자로서의 성실 위무를 위반했지만, 이것만으로는 탄핵 사유가 되기에 적절하지 않다 라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 , 대통령에게 죄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헌법재판소 (두산백과에서 퍼옴)

 

   조금만 더 보자.

   보충 의견을 낸 김이수이진성 두 재판관은 국가 최고 지도자가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해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불성실 때문에 수많은 국민의 생명이 상실되고 안전이 위협받아 이 나라의 앞날과 국민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되므로 우리는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 위반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의견 개진 이유를 설명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판결은 이러했다......


 


   나는 짐을 싸들고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갔다.

과거 관매도를 오갈 때 들렀던 작은 항구.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간 적이 없었던 항구. 너무 늦게 온 것인가.

 

   진도에서 팽목행 버스를 타고 항구에 도착하니 바람이 엄청나게 분다. 발을 들어 올려 몸을 허공에 날릴 듯한 세찬 바람이다. 가끔 항구에는 이런 바람이 분다. 항구에서 떨어진 대도시, 서울 같은 도시에 사는 나 같은 사람들은 이런 바람을 겪기 어렵다.

   그래도 이 와중에 많지는 않아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고 있었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평일 오후인 걸 생각하면 언제든 꾸준히 사람들이 찾는 것 같다.


 

   험한 바닷바람이 날리는 항구 방파제가 보인다. 방파제를 따라 걸으니 참사 지점을 알려주는 그림판이 있고, 난간 기둥들에는 수많은 노란 리본과 작은 종들이 걸려 있다. 방파제 끝 등대에는 세월호 리본이 그려져 있다. 바람과 맞서며 등대 가까이 가니 0416이 쓰여진 배 위에 하늘나라 우체통이 만들어져 있다. 0416 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배는 세월호를 의미할 테니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우체통일 것이다.



   방파제 한 쪽 면에는 희생자들 이름이 새겨진 노란 깃발이 나부낀다. 갑자기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고 한 유치환 시인의 깃발이 떠오른다. 그리고 유가족들의 현수막.


"제 아이가 너무 보고 싶습니다. 엄마랑 이젠 집에 가자..."

은화야, 아빠가 못해준 게 많아. 아빠는 은화를 꼭 찾아야 살 수 있어.”

“18살에 떠난 수학여행, 20살이 되어서도 못 오고 있습니다.”

 

   아직도 시신을 올리지 못하고 차가운 바다에 잠겨 있을 그들. 지지리도 못난 사람들 때문에 희생당한 이들 사진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통 없이 한 순간에 즉사한 것도 아니고, 구조를 기다리며 아주 천천히 절망스럽게 죽어갔을 그들. 아무런 죄도 잘못도 없었던 그들이 예정된 죽음 앞에서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무슨 말이 필요한가. 그저 침묵하고 바라볼 뿐. 많지는 않았지만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대개 말이 없었다. 혼자 왔든 여러 명이 왔든.

   머리속으로 따지고 생각하는 것보다 실제 와서 눈으로 보는 이 실체들이 나를 더욱 고개 숙이게 한다. 참으려고 해도 그저 울컥하며 눈물을 흘리게 한다. 주체 없이 흐른다. 적어도 자식 가진 부모들은 다 나와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아직 가보지 않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직접 한번 가서 보라고.


세월호 기억의 벽, 그 앞에는 참사 현장 방향을 바라보는 솟대가 세워져 있다.  


   방파제 난간 아래 콘크리트벽은 2015416일에 만들어진 세월호 기억의 벽이다.

“...(앞부분 생략)... 살아있는 우리는 부끄럽고 참담했습니다.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입니까.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들 무슨 위로가 되겠습니까. 우리는 304위의 영혼들 앞에서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그날의 일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이제 우리 사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돈과 권력에 지배받지 않는 민주 사회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 마음을 전국 26개 지역의 어린이와 어른들이 타일 4656장에 쓰고 그려 이곳 팽목항에 세월호 기억의 벽을 세웁니다.”

 

   나도 다짐한다. 비록 큰 힘은 되지 못할지 모르지만, 큰 힘에 보태는 작은 힘이라도 되겠다고.


 

   방파제 옆으로는 임시로 만들었을 가건물들이 있고, 그 안쪽에 세월호 팽목 분향소가 있다. 그 앞에는 세월호 모양으로 보이는 구멍 뚫린 나무판에 수많은 노란 리본들이 달려 있다.

분향소에 들어가 방명록에 글을 썼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벽을 가득 채운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서 향을 꽂았다...


모든 고통과 한을 이 지상에 내려놓고 편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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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416,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가던 6,825톤급 청해진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였다.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라고 거듭 방송하며 자신들만 탈출했고, 승객 476명 중 일찍 나와서 구조된 172명을 제외한, 배에 남아 있던 304명은 마지막까지 구조를 기다리다 바다에 잠겼다. 이들 중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 304명은 단 한명도 구조되지 못했다.

 

   문제가 된 것은, 구조할 수 있었는데도 구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세한 당시 상황은 언론,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졌으니 굳이 여기서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현장의 적극적인 대처와 구조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졌거나,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국가 지도층이 신속히 움직였더라면 분명히 구조할 수 있었는데 한명도 구조하지 못했다는 것, 이것이 모든 논란과 문제 제기의 출발점이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깊은 한을 품고 살아가게 한 것도, 대통령의 당일 행적이 문제가 된 것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참사 이후 고의 침몰설’, ‘잠수함 충돌설등 수많은 의혹들이 꼬리를 물었다. 국가정보원과의 관련성도 제기되었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합리적인 문제 제기들이 있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진실을 밝혀주지 못했다. 대통령의 불성실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르자, 변명과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여 의혹을 더 키웠다.

 

   사건이 일어난 지 8시간 가까이 지나서 비로소 정부 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타난 대통령의 한 마디,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배가 뒤집힌 채 갇혀서 죽어가고 있는데, 마치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어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으로 착각한 듯한 저 발언. 모든 방송에 다 잡힌 장면이라 그런 말 안했다고 부정할 수 없는 이 발언. 대체 7시간 이상 뭘 했길래 상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인지, 수많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원하는 진실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국가적 재난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저 출근도 안 하고 관저에서 미용 시술을 했는지 머리를 올렸는지 뭘 했는지 마치 무관심한 외국인처럼 행동한 여자. 상당수의 국민들도 방송을 통해 알고 있었던 그 사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여자. 시시각각 보고를 받고 지시도 내렸다면서 정작 국민 앞에서, TV 카메라 앞에서 엉뚱한 소리를 한 여자. 그 여자는 당시 국가 최고 지도자였다.

 

   국가 최고 지도자, 대통령이란 자리는 그 막강한 권한을 남용하라고 준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이 재난 사건 보고를 듣자마자 서둘러 씻고 옷을 입은 다음, 사무실이든 중대본이든 나타나서, 여러 기관들이 처음 겪는 일에 혼란스러워하고 각 관계 기관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명령 체계를 통일하고,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여 교통정리를 한 다음, 자리를 지키며 시시각각 지시를 내렸다면, 과연 결과가 어땠을까. 그러고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희생자 가족들을 찾아가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고개를 숙였다면, 어느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었을까... 


   그녀는 그 7시간 동안 뭘 했는지 자기 입으로 끝끝내 밝히지 않고 청와대를 떠났다. 그러고도 지금까지 잘못한 게 없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그녀를 전 대통령으로 예우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내가 정부 당국자나 공무원도 아닌 평범한 국민이니 앞으로 형식적으로라도 예우할 일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그냥 그녀라고 부른다)

 

   그녀는 파면당해 사저로 돌아가서 대변인을 통해 말했다고 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 라고.

 

   이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세월호 사건,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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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가는 길

주소: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길 101 (진도항 대합실)

 

자가용으로는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 2번 국도 강진 방향 삼호 영암방조제, 금호방조제 77번 국도 18번 국도 진도 방향 진도읍 지나 임회 팽목항

혹은 남해고속도로(영암-순천간) 강진무위사IC 13번 국도 해남 방향 해남 18번 국도 진도 방향 진도읍을 지나 임회 팽목

대중교통으로는 진도읍에서 팽목항 군내버스를 이용,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출발 시간: 06:00, 07:10, 08:10, 09:20, 11:00, 12:40(동절기), 13:40(하절기), 15:00, 15:50(동절기), 16:50(하절기), 17:50, 19:00, 하절기는 3~10)

진도읍까지는 서울 센트럴시티 터미널이나 광주종합터미널(유스퀘어)에서 진도행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참고: 팽목항에는 식사할 수 있는 음식점이 두 곳 있다. 그저 평범한 곳들이다.

숙박할 곳은 없다. 숙박시설이 있을 거라 막연히 생각하고 가면 낭패를 보니, 버스를 이용할 경우 나오는 버스도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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