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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야기

통영 충무김밥을 찾아가다 – 뚱보할매김밥, 한일김밥, 동진충무김밥

#  통영 충무김밥을 찾아가다  뚱보할매김밥, 한일김밥, 동진충무김밥

 



충무김밥이 탄생하다

  1981528일부터 61일까지 개최된 대규모의 문화 행사, 국풍 81.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세력은 12.12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국정을 장악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다음, 19812월 장충체육관 간접 선거로 전두환을 대통령으로 한 전두환 정부를 출범시켰다.

  부당한 과정으로 권력을 잡은 이들이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돌리고 대학생들의 저항 의식을 약화시키기 위해 벌인 대대적인 이벤트가 국풍 81이었다

  ‘민족문화의 주체성을 고취하고 우리 국학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을 제고시키기 위한 문화 축제라는 명분으로 서울 여의도에서 야간통행 금지까지 일시 해제하며 대대적으로 벌인 행사였다.

 

  이 행사들 중 향토음식 전시회가 있었는데, 여기에 경남 통영시(당시는 충무시)에서 생전 못 보던 김밥들을 들고 참가한 할머니(이름은 어두이)가 있었다. 이 할머니가 선보인 김밥이 동네 이름을 따 충무김밥의 이름이 붙으면서 큰 인기를 끌어 단번에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 충무김밥의 명성은 동네 이름이 통영시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남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동네 이름 바꿨다고 이미 입에 붙은 충무김밥 대신 통영김밥이라고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혹시 동네는 통영인데, 왜 이름이 충무김밥이지? 하며 갸우뚱하는 사람은 이제 이해가 될 것이다.

 

충무김밥집들이 몰려 있는 강구안 문화거리와 그 앞바다 풍경 


  충무김밥은 섬이 많은 항구도시 통영의 특성을 반영한 김밥이다. 아침마다 섬을 돌아다니는 배를 타며 뱃사람들과 섬사람들에게 김밥을 팔던 어두이 할머니가 고안해냈다. 김밥 자체가 빨리 상하는 음식인데다 통영의 기후가 온화하고 여름에는 다른 지역보다 더 더워서 더 빨리 상하니, 배타고 돌아다니며 김밥 장사를 하다가 팔지 못하고 상하는 김밥이 많았다.


  ‘어떻게 하면 상하지 않거나 늦게 상하는 김밥을 팔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할머니가 새로운 김밥을 고안했다. 해답은 김밥과 속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김으로는 밥만 싸고, 속에 들어가던 재료들은 반찬처럼 분리해서 판 것이다. 속에 들어가는 재료도 빨리 상하는 나물류를 제외하고 항구도시에 걸맞는 해산물 위주로 바꾸었다. 갑오징어(혹은 오징어)무침과 섞박지(혹은 무김치), 어묵이 들어가는 표준 형식이 만들어졌다. 형식만 김밥이고 실제로는 창의적인 새로운 음식이 탄생하였다. 이것이 대박을 친 셈이다.

 

동피랑마을에서 내려다본 강구안 풍경



원조 고장에서 즐기는 충무김밥

  충무김밥은 통영에 가서 먹어야 한다. 전국적으로 어느 동네에나 다 퍼져 있지만, 원 고향의 맛과는 천지 차이다. 카페나 블로그를 뒤져서, 통영에서 처음 먹어본 사람들의 글을 보면 이렇게 맛이 다르다니하는 말을 흔히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충무김밥집은 통영항구에 붙어 있는 강구안 문화거리에 몰려 있다. 지금은 꿀빵집들도 꽤 많이 들어서 있지만, 과거에는 대부분 충무김밥집들이었다. 꿀빵집들도 그렇지만 원조를 자처하는 집들도 몇 개 있고, 너무 많아서 어디에 가야 할까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나는 충무김밥, 꿀빵 모두 여러 곳에서 먹어 봤지만, 개인적으로 꿀빵보다는 충무김밥이 좋다. 이유는 하나다. 꿀빵은 한번 먹으면 맛있네 하며 그걸로 끝이지만, 충무김밥은 한번 먹으면 자꾸 생각나서 통영을 뜨기 전에 반드시 한번 더 먹게 된다. 그러고도 모자라 포장도 해서 집에 가면서 먹는다. 다른 곳에서는 이 맛이 안 나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차이는 재료의 신선도이다. 씹히는 맛이 다르다.

 

 

  숱한 충무김밥집들 중 내가 실제 먹어 본 바와 전문가들 평가, 그리고 입소문까지 종합하면 내가 추천하는 집은 세 곳이다. 뚱보할매김밥, 한일김밥, 동진충무김밥.

 

  물론 이 집들 이외의 집들이 맛없다는 건 아니다. 꿀빵집들이 밀고 들어와서 많은 충무김밥집들이 없어졌으니, 외지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강구안 거리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충무김밥집들은 그것만으로도 이미 평가를 받은 셈이다.

다만 위 세 곳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집들일 뿐.


뚱보할매김밥의 충무김밥

 

  먼저 뚱보할매김밥집. 이 집이 원조집이다. 오늘날 충무김밥의 원형을 창조하고 충무김밥을 전국에 알린 공로자, 어두이할머니가 차린 집이다. 지금은 이선으로 물러났지만, 충무김밥에는 할머니의 노력과 창안이 배여 있다

집 안에는 원조집임을 알리는 안내문과 충무김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붙어 있다. 먹어 보면 역시 원조집이다. 10년 전이고 20년 전이고 그 맛 그대로다.

다만 다른 집보다 500원 더 비싸고(5,500), 포장해 갈 때는 2인분 이상이라야 한다. 개인적으로 약간 마음 상한 바 있다. ^^;

 

뚱보할매김밥 - 통영시 통영해안로 325, 055-645-2619, 충무김밥 1인분 5,500, 영업시간 7:00~24:00


   

 

  한일김밥은 겉보기에 평범한 집이었지만, 충무김밥 장사로 건물을 올렸다. 통영시 사람들이 첫손에 꼽는다는 이 집은 과거 일부러 길거리에서 길 가는 서로 다른 시민 두 사람 붙잡고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두 사람 다 이집 추천하더라 - 지금은 내부도 확장한데다 인테리어를 잘 해 놔서 세련된 분위기에서 김밥을 먹을 수 있다. 차려내는 김밥의 비쥬얼도 괜찮다.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도록 배려해놓은 느낌이다

만약 젊은 커플이 깔끔한 분위기에서 식사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추천한다.

 

한일김밥 통영시 통영해안로 319, 055-645-2647, www.haniil2001.com, 충무김밥 1인분 5,000, 영업시간 7:00~24:00


한일김밥의 충무김밥 1인분 

  

  동진충무김밥은 얼마 전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와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미디어의 영향력은 부정할 수가 없다. 이 집에 들러 “TV 나온 이후로 사람 꽤 많아졌겠어요.” 라고 슬쩍 던지니, “, 원래 예전에도 많았는데,,, 지금은 더 많아지긴 했어요.” 라는 답이 돌아온다. ㅎㅎ 원래 장사가 잘 된 거지, TV 방송 때문에 장사 잘 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 은근히 자존심이 담긴 그 말에 속으로 웃었다.

그 말이 맞다. 통영에서는 이 집도 본래 잘하는 집으로 소문나 있었다. 그리고 친절하다. 1층은 테이블이 두 개밖에 안 되지만, 2층에 또 방이 있다. “2층에도 방이 있으니 망설이지 말고 들어오세요.”라는 안내문을 문 앞에 붙이더라.

 

동진충무김밥 - 통영시 통영해안로 319-2, 055-645-6988, 충무김밥 1인분 5,000, 영업 시간 7:00~21:00


동진충무김밥의 충무김밥 1인분  

 




지도는 뚱보할매김밥집만 올린다. 나머지 두 집도 다 거기서 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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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과 사진들은 여행작가로서 저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임의로 퍼가시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