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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경남 여행, 답사이야기/부산, 경남 여행 이야기

통영 동피랑벽화마을 – 벽화마을의 원조 길을 걷다

#  통영 동피랑벽화마을 벽화마을의 원조 길을 걷다

 


  흔히 대한민국에서 대표적인 미항으로 첫 손 꼽는 곳. 푸른 바다와 오밀조밀한 해안, 구석구석 바다 위로 솟아올라 빈틈없이 바다 사이를 채우는 숱한 섬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곳, 바로 경남 통영이다.

 

  이 통영항을 바로 남쪽으로 내려다보는 작은 언덕 위 동피랑벽화마을이 요즘 상당히 많아진 벽화마을의 원조이다. ‘피랑이 절벽이나 벼랑을 의미하는 말로, 동피랑은 동쪽 벼랑을 의미한다. 조선시대 통영성을 방어하던 동포루가 있던 곳이다.

 


  ‘원조벽화마을이다 보니 이후에 생긴 수많은 벽화마을보다 오히려 규모가 작고 소박하다. “? 이게 다야?”라는 서울 말씨가 들려오기도 했으니 말이다.

... 동피랑에서는 경상도 말보다 서울 말씨가 더 많이 들려온다... 무슨 관광특구 같은 느낌이다.

 

  본래 통영시는 이 언덕의 낡은 집들을 철거하고 동포루를 중심으로 공원을 조성하려 하였다. 그런데 2007년 한 시민단체가 동피랑 색칠하기 전국 벽화 공모전을 열었고, 여기에 호응하여 일반 학생들과 미대 재학생들, 개인 등이 참가하여 담벼락에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들이 유명해지면서 방문객들이 많아지자 결국 마을이 보존되고, 통영시는 마을 꼭대기의 집 세 채만 철거하고 동포루만 복원하였다.


마을 꼭대기에 있는 동포루 

 

  어느 도시에나 있었던 철거 직전의 언덕 위 낡은 마을을, 벽화를 통해 재생한 첫 번째 사례가 된 것이다. 이후로 전국 각지에는 이러한 벽화마을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서, 지금은 특수성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그저 오래 되면 부수고 다시 새로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틀에 박힌 관념을 벗어나, 리모델링을 통해 얼마든지 새로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발상만은 우리의 문화 환경에 훌륭한 모범 사례로 남게 되어 의미가 깊다.

 

동피랑에서 내려다본 강구안 풍경


  그 첫 사례가 하필이면 통영인 것도 의미심장하다.

남해안에서 첫손에 드는 미항에, 수많은 문화인과 예술인을 배출한 예향(통영 사람들은 인구 비례로 가장 많은 유명 문화예술인을 배출한 고장이라 너스레를 떤다), 통영에서 탄생한 충무김밥과 꿀빵, 통영다찌, 도다리쑥국 등 다섯 손가락에 꼽기도 어려운 숱한 창의적 음식 문화들, 넉넉한 마음과 여유를 가진 통영 사람 특유의 기질이 결합하여 새로운 문화 환경이 창출된 것이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동피랑마을은 항구(남서쪽의 실제 통영 항구와 구별해서 강구안이라고 부른다) 앞의 중앙시장 동쪽, 동피랑 꿀빵집 옆 골목으로 올라가면 된다. 이 길로 올라가는 코스가 가장 전형적인 코스이다. 벽화들이 하나둘 나타나는 경사진 길을 2~3분 정도 올라가면 마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삼거리에 닿는다. 여기에 동피랑마을 입구임을 알려주는 표지석이 있다.

 

  마을은 언덕 위 타원형의 길을 따라 한 바퀴 돌아서 원점 회귀할 수 있는 형태이다. , 좌우 어느 쪽이든 길 따라 한 바퀴 돌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물론 겉에서 한 바퀴만 돌면 겉핥기가 되는 셈이고, 그 안에 들어앉아 있는 마을 안으로 들어가 구석구석 그려진 벽화와 전망을 돌아봐야 한다.


천사 날개가 그려진 곳이 두 군데 있다. 

 

  마을 오른쪽 길을 따라 가면 원조 천사의 날개그림이 있다. 기념사진 찍으려고 줄을 선다. 모두 잠깐이나마 천사가 되고 싶은가 보다. 그런데 길을 따라가면 천사 날개 그림이 또 있다. 양쪽 다 사람 많다.

언덕 위로 올라가면 가장 높은 꼭대기에 동포루가 있어 잠시 쉬어갈 만하며 이곳에서 통영 항구 일대 전체가 잘 조망된다.



  동포루 아래로 작은 골목들이 구석구석으로 이어지는데, 이 골목을 다니면 많은 벽화를 만날 수 있다

골목에는 항구를 내려다보는 카페들이 여럿 있어 시간 여유가 있으면 쉬어 갈만하다. 약간 가파른 경사면의 해마루언덕과 이름도 재미있는 몽마르다 언덕 카페가 가장 눈에 들어온다. 재치 있는 이름 때문에 여기 들어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 전망도 좋다.



  몽마르다 언덕 카페 아래로 원피스 벽화가 있는데, 젊은층이 꽤 좋아하여 보통 10~20대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다. 나이 좀 있는 사람들은 저게 뭔가 하는 듯이 힐끔 쳐다보고 지나간다. 벽화에 대한 사람들 반응만 봐도 즐겁다. 세대 차이가 느껴진다.


동피랑마을은 드라마 "빠담빠담"과 "착한 남자" 촬영지였는데, 이를 알려주는 안내판들이 있다.  

 

  한편, 동피랑마을 입구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길가에 알쏭달쏭 재미있는 통영 사투리시리즈가 붙어 있다. 보통 방문객들에게 외면당하고 있지만, 잘 들여다보면 말 그대로 재미있다. 그 중 하나.

 

무십아라! 사진기 매고 오모 다가, 와 넘우집 밴소깐꺼지 디리대고 그라노? 내사 마, 여름 내도록 할딱 벗고 살다가 요새는 사진기 무섭아서 껍닥도 몬벗고, 고마 덥어 죽는줄 알았능기라.”

 

  이를 번역(?)하면,

무서워라! 사진기 매고 오면 다예요? 왜 남의 집 변소까지 들여다보고 그래요? 나는 여름내 옷을 벗고 살다가 무서워서 옷도 못 벗고 그냥 더워서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동피랑마을은 엄연히 사람이 사는 생활공간이다.

마을 구경을 위해 찾는 사람들이 꽤나 많아진 이후 동네 사람들은 꽤 불편함을 겪어 왔다. 밤낮으로 찾아와 시끄럽게 떠들고 즐거워하는 사람들과 사진 찍는다고 동네 주민들 괴롭히고, 허락 없이 집 안으로 들어가고, 주민들 붙잡고 포즈 좀 잡아 달라고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있다.

  방문객들이야 왔다가 사진 찍고 놀다 가면 그만이지만, 주민들이야 시도 때도 없이 항상 겪는 일들이 불편할 것이다.

(벽화 덕분에 철거와 이주는 피했지만, 이번에는 벽화 때문에 불편을 겪는 셈이니 세상 모든 일에 이렇듯 양면성이 있다)

 

  오죽하면 한때 서울 이화동 벽화마을의 명물 천사 날개 그림이 주민들에 의해 지워졌겠는가.

즐겁기야 하겠지만, 동네 주민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요즘엔 서피랑마을도 알려지고 있는데, 어디나 마찬가지다)

 

 


가는길

 

자가용

통영-대전고속도로 통영IC에서 나와 통영 시내로 진입, 강구안 거리로 간다. 강구안으로 들어서면 항구 풍경이 보이면서 오른쪽 언덕 위로 동피랑마을이 보인다.

강구안과 중앙시장에 주차한다.

 

대중교통

통영 시내 각지에서 중앙시장 경유하는 시내버스(통영 시내버스 대부분이 중앙시장을 경유한다고 보면 된다)를 이용, 중앙시장에서 내려 바닷가 강구안을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면 동피랑마을 입구가 나온다.

시내버스 요금 1,300(20173월 기준)

 

맛집

통영에 먹을 게 워낙 많지만 동피랑마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안내.

 

강구안 거리에는 온통 꿀빵집과 충무김밥집들이 차지하고 있다.

충무김밥은 다음의 두 집이 유명하다.

뚱보할매김밥(충무김밥, 055-645-2619)은 원조에 해당하는 집.

한일김밥(충무김밥, 055-645-2647)

 

꿀빵의 원조는 오미사꿀빵(꿀빵, 분점 055-645-3230)인데, 항남동 본점에서 참 사먹기 힘들다. 그날 팔 양만 다 팔면 아침이라도 문 닫아 버리니까. 도남로에 있는 분점에 가는 것이 좋다.

그저 맛만 보려면 동피랑마을 입구 동피랑꿀빵(055-645-4016)에서 먹어도 무난하다.

 

그 외 추천.

마을 입구의 동피랑 삼시세끼 (아무거나(메뉴 이름), 생선구이정식, 055-642-5455)

마을 입구 반대편의 더 통영 피자 (굴 피자, 굴 오일 파스타, 055-645-5522)


숙박

마을 바로 아래 항구에 나폴리모텔 (055-646-0202)이 있고, 인근에 통영관광호텔(055-641-1000)이 있다.

그런데 요즘 여행객들은 게스트하우스를 선호한다. 동피랑마을과 항구 주변으로 꽤 들어섰다.

동피랑게스트하우스 (055-646-5300, http://동피랑게스트하우스.kr)

소오게스트하우스 (055-642-3757, www.cafesoh.co.kr)

해와달게스트하우스 (010-4251-7547, http://sunmoon1552.com)

게스트하우스 위드 (010-9588-4141, www.guesthousewith.co.kr)

 

한편 항구에 찜질방이 하나 있다. 통영해수랜드(055-645-7700). 바로 바다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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